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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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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

2022. 4. 17. 16:55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PM이자 PL로 투입된 KB금융지주 프로젝트에서 만난 개발자 PL이 있었다. 오래된 빨간 체크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젠틀한 말투에 수수하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프로젝트 특성 상 개발단의 분석이 필요하다보니 프로젝트 킥오프를 뛴 지, 일주일만에 개발 PL 인력이 투입되었는데 회의실에서 단둘이 일하고는 점심을 함께 먹고 담배까지 같이 피러나가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어느 날, 현업의 요건을 듣던 중 개발검토가 필요한 요건이 나왔고, 직접 운영과 데이터의 관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님을 설명했다. 회의가 끝난 후, 개발 PL이 담배를 피면서 나에게 '개발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회생활을 개발자로 시작했었다는 이야기를 드린 후, 개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요건을 이런 식으로 줄 때마다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셨다.


개발 PL : 기획이 아니라 개발자 스타일이신데요??


기분이 좋았다. 개발자 PL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기도했지만 아직 내가 개발자로써 감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에 내색은 안했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개발 PL : 개발자로 다시 오세요!
나 : 하하, 아유 많이 까먹기도했고 지금 나이에 개발자로 돌아가기엔 늦었죠.
개발 PL : 에이, 무슨 말씀을! 아직 하나도 안늦었어요!
나 : 저 벌써 6년차 기획직 과장인데요?ㅎㅎ
개발 PL : 제가 아는 분은 나이 40살에도 시작해서 잘하고 계세요!


이 짧은 대화에서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개발자로 다시 전향하라고..? 물론 기획직을 하며 불만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개발자를 했더라도 동일하게 발생했을 문제였다. 개발자와 같은 맥락의 생각을 했다고해서 기획자에서 개발자로 전향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개발자의 세계로 오라는 단순한 그 말한마디에 설레었다.


프로젝트 초기 시점에 나눈 이 중요한 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다. 설계, 이슈 관리, 구현, 산출물 정리와 철수할 때 까지 더 이상 관련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다. 철수하는 날에 개발 PL과 작별 인사를 하고나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냈다는 성취감으로 기분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내가 개발자로 다시 전향하는 것은 당시에는 전혀 고려하지도, 생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기획직에 대한 현타로 인해 담배를 피고있는데 갑자기 6개월 전에 개발 PL과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났다. 개발자가 아직 늦지 않았다는 바로 그 말. 내가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에서 개발자를 바라봤을 때, 멀게만 느껴졌던, 그렇기에 생각치 못했던. 그건 바로 내가 '개발자'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가능성이 있을까? 정말 내 어떤 모습을 보고 개발자로 오라는 말이었을까? 그냥 한 말이었을 수 있다. 아니 그냥 한 말이었을 것이다.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했던 말이니까. 그치만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곧바로 연락처를 뒤졌다. 프로젝트가 끝난 지, 6개월이 넘도록 한번도 연락을 드린적이 없었기에 염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개발 PL(지금은 형님으로 모시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이 너무 보고싶었다. 내가 나이 35살에 개발자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반응이 궁금했다. 그리고 개발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뭐부터 공부해야하는지, 나이 40에 개발자로 성공한 지인 등등.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개발 PL은 오히려 나를 반가워하셨고 그 때의 그 말을 잊지 않고있다는 말과 함께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싶다는 나의 말에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비가 오던 날에 종로의 한 고기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며 시작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기획자에서 개발자로 전향하려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개발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 프레임워크 등 추천 분야와 향후 정규직 vs 프리랜서에 대한 장단점등 재미있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작성한 사전 준비와 로드맵 PDF 자료까지 약속받으며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셨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이 날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 속에서 열정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내 목표는 개발자가 되어있었다.


자, 이제 WHY를 찾을 때다. 목표를 잡고 계획을 세우기 전에 개발자라는 직업이 내가 단순한 현실부정에서 출발한 열망인지, 한낱 슬럼프때문에 저지르는 한심한 앙탈이 아닌 나의 꿈을 찾는 과정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부정적인 말들을 들어보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과 개발자 친구들에게 여러가지 현실적인 견해에 대해 그리고 조언을 구했다. 대단하다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말도 안된다며 아예 전향 자체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친구, 돈을 벌지않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해 나의 각오를 물어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개발자에 대한 로망 따위 없이 궁핍한 생활과 사회에서 나이 많은 후임이 되며 나이때문에 입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에도 왜 내가 개발자를 하고싶어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되었다.

오직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가로만 평가받고싶었다.



기획자였던 경험을 토대로 프로젝트에 대해 빠른 분석력과 나무보다 숲을 보는 시선, 디테일로 무장하고 끝없는 언어 공부는 물론, 높은 연봉을 쫒는 것이 아닌, 많은 경험을 통해 나만의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 나에게 개발자를 권유했던 PL 형님은 이제 내 롤모델이 되어 있었다.

동년배들이 차장이 되어있건, 연봉이 얼마건, 나이어린 직원에게 혼나건 그따위 고민이나 생각은 전혀 상관없다. 난 '개발'을 할 것이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부트캠프는 너무 비쌌고, 국비지원학교의 프로그램은 재직자/구직자마다 과정이 다른데 구직자 과정이 훨씬 커리큘럼이 상세하고 수업시간 또한 9시부터 6시까지로 실질적인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돈이었다. 5월에 퇴사 후, 올해 11월이나 12월에 취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모은 돈을 까먹으면서라도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독학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잘 다니다가 꿈을 위해 국가고시인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밥만 먹고 공부를 하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까지 모든 오감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한참 부족하지만 그 정도의 정신력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수업을 들어보고 개발을 해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기획자로 다시 돌아간다'가 아닌, '무조건 이해하여 개발자가 되겠다'는 각오였기 때문. 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획자로 달려온 지 6년, 수많은 개발자들이 6년동안 발전해왔는데 고작 6개월동안 미친듯이 한다해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였다.


책상에 앉아 애지중지하던 기획용으로 쓰는 아이패드를 팔고 맥북을 구매했다. 주말엔 서점에 가서 자바 관련 책을 샀다. C언어와는 다른 자바, 그치만 이해하고 나니 쉬웠고 HTML, CSS는 이전에 많이 다뤄서 개념을 다시 복기한다는 느낌이었다. 서블릿과 스프링부터는 문외한의 영역이었기에 국비지원학원의 교육을 받으며 복습하며 블로그에 이해한 바를 올리는 식으로 공부 목표를 잡았다.


아직 내가 그만두기까지 시간이 있기에 독학하며 이해한 부분들도 개념 정리하여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개발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하며 2030년 즈음 다시 내 글을 보며 그 때 개발자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대견해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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