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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에서 기획자로

2022. 4. 4. 22:05

나는 ERP 솔루션 회사, 헬스케어 회사를 거쳐 대기업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는 유명 에이전시에서 근무 중이다. 6년차가 될 때까지, 기획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고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가리지않고 모두 경험하고싶었다. 크고 작은 이슈부터 사람 간의 트러블까지 경험하며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차곡차곡 프로젝트 경력을 쌓으며 시니어 기획자로써 입지를 굳히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했다.

 

그리고 지금, 퇴사를 결심했다.



사직서를 내자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다는 듯 팀장님은 당황하며, 사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셨지만 이내, 내 퇴사 사유를 듣고 그 마음을 접으신 듯 했다. 내 퇴사 사유가 '개발자 전향'이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


 

개발자에서 기획자로


전공이 컴퓨터공학과인 나는 C언어를 포인터까지 활용할 줄 알았고,(뱀게임이라고 아는가?) 비주얼 베이직, 이산수학, 알고리즘, 자료구조, 시스템에 대해 배웠다. 열정적인 학생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루다보니 이해가 쉬웠다. 4학년이 되고 졸업 프로젝트를 할 때쯤, 나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 팀장을 자처하고는 하루 한번 이성을 소개한다는 컨셉의 소개팅 앱을 기획했다. 대개 친구들이 그렇듯, 만드는데 성공만 하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나는 고만고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이에 질세라, 교수님들은 이전 졸업작품들보다 진보된 기술의(?) 졸업 작품을 보길 원하셨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보여주기용이 아닌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앱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당시 페이스북과 이상형 월드컵에서 영감을 받은 대학교 소개팅 앱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았는데 C언어를 안다고해도 자바는 문법부터 익숙하지않았고 아무리 데이터 구조를 안다고해도 쿼리는 커녕 DB 명령어도 몰랐다. 메니페스트 등의 안드로이드 관련 개발 지식 또한 전무하였기 때문에 막막했고 뭐부터 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책부터 폈다. 뭐가 좋은지 어떤 책이 이해가 잘되는지도 펴보지않고 표지에 혹하면 샀다.


이클립스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했고 뭐가 안되길래 알아보고 환경변수를 설정하고,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위해 다짜고짜 틀을 만들어 하나하나 구성해나갔다. 반복적인 삽질을 통해 왜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던 것이 점점 이해되고 익숙해져갔고 톰캣 서버와 MYSQL을 연동하고는 회원가입, 로그인 기능을 구현했다. 이때 비명을 지르며 이 화려한 기능을 보라면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미친듯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점점 구현이 되어가는 기능들을 보면서 신이 난 나머지, 상용화까지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품었다.

(회원가입 정책도 모르던 때라 개인정보를 받고 서비스 및 상용화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었다.)

나는 꽤 진지했고 서비스 특성 상 런칭 후, 빠른 가입자 수 확보가 필수라고 느껴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이 앱은 뭐길래 이렇게 이쁘지?'라는 생각을 하게할 지 고민했다. 아무리 이성의 카카오톡 ID를 하루에 한번씩 알려주는 서비스라지만 이쁘지 않으면 APP을 계속 이용하는 유저가 없을 것이기 때문. 고민은 길지않았고 곧바로 홍대 디자인과 출신인 친동생에게 디자인을 해달라고 빌었다. 동생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화장품 키엘의 엽서를 벤치)하고 시안 단계(2가지 타입 중 선택)를 거쳐 드디어 예쁜 디자인과 킬러 기능을 모두 갖춘 소개팅 APP '한팅' 개발을 완료했다.

당시 '한팅'은 우리 과의 졸업 프로젝트 역사상 유례없는 디자인이었다. 자세히보면 각 학과를 상징하는 심볼이 보이는데 하나의 App에서 모든 학과들이 모여서 놀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나의 노력은 곧 결과로 나타났다. 학술제때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고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A+ 학점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날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던 교수님은, 멋쩍은 격려와 인정을 해주셨고 어떻게 개발했냐며 물어보는 후배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성공은 짜릿했다. 하지만 곧 자만으로 이어져 바보같이 '어떤 회사를 가도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취업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로 나는 우연히 같은 동기들과 어느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C언어로 손코딩 테스트만 봤을 뿐, 실무자 면접과 대표님 면접이 없이, 영업부의 차장님과 면접을 진행했었다. 주로 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슬프게도 난 모든 것이 순조롭다 라고만 생각했었다. 결국 1:5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게 되었고, 개발에 대한 신세계를 열어줄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내 첫 회사는 시대에 뒤쳐지는 솔루션으로 대기업 또는 공기업 납품을 통해 연명하는 그저 그런 중소기업이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와 함께하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는 벅찬 감동은 빠르게 식어갔고 어느 새 개발자가 아닌 '엔지니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담당업무가 '웹 개발자'의 롤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주방 보조'가 양파를 깎다가 결국 '주방장'이 되는 성공 신화를 들었던 것이 생각나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다보면 기회가 올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회사 문화도 문제가 많았었는데 6명 남짓한 회사에서 개발자는 나를 포함해 단 3명이었고, 그들은 오후 4시가 되도록 전화 업무만 진행하며 재미있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다가 5시가 되어서야 업무(라고해봤자 대표님이 시키신 숙제에 불과했다.)를 하기 시작해 6시에 저녁을 먹으러가자더니 순대국밥과 소주 한 잔을 시키고 반주를 했다. 일주일에 네번씩. 그리고는 노래방을 가자더랬다. 편의점에서 수다와 아이스크림까지 먹고오면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9시가 지난 시간.
무의미하게 야근을 하던 어느 날,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씩 자리를 멀리하고 나만의 발전을 위해 놀 시간과 야근할 시간을 쪼개서 게시판을 만들고있으니까, 서운해하던 선임들이 배신자라며 유치한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장난은 더 큰 장난을 낳았고 곧 선을 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첫 직장에서 9개월만에 자진퇴사했다.

 


 


퇴사 후,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던 나는 내 열정이 다시 타오르길 간절히 바랬다. 그러던 중에 나는 '기획자'라는 키워드를 보고 직업에 대해 검색해보게 된다. 지난 날을 생각하던 중, 공개 자료실에 B2C 프로그램을 등록하는 업무를 맡았을 당시, 등록 소개글로 전달받은 스크립트가 너무나도 투박하고 프로그램 썸네일 이미지마저 촌스러워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위해 바뀌어야한다며 의견을 내고 직접 스크립트를 수정하여 등록한 적이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내가 작성한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가치가 되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열정이 다시 생겨났고 졸업 프로젝트 팀장 시절 팀원 및 일정 관리, 발표 등을 담당했던 경험 또한, 날 기획자로 더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개발과 디자인을 아우르고 일정 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기획자라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으로 생각되었고 전향하고나서도 C언어의 절차지향 개발 지식과 프론트-DB-서버의 개념을 알고있는 것은 기획자 사이에서도 흔하지않은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기획자가 되었다.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때면 실현시킬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밴치 과정에서 직접 트렌드를 볼 수 있음에 즐거움을 느꼈으며, 화면을 설계하고 정책을 정의하고 구현을 위해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특히 사람을 좋아해 모난 사람조차 내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나는 기획자를 하면서도 인간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까지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이 좋다보니 오픈을 위해 휴일에 출근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을 정도로 나는 열정적이었다.






프로젝트 리딩을 하지않는 주니어 시절때까지는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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